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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조순태 부회장, 양성평등 없이는 ‘여성계 5대 핵심이슈’는커녕 ‘제2의 서지현 검사 사건’ 못 막는다

정치논리에 끌려 다니지 말고, 세상의 절반 목소리로 여성권리를 찾아야




최근 서지현 검사가 과거 성추행사건을 밝히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면서도 남성 주도의 사회에서 여성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하지 보여주는 대목에서 우리나라 여성인권의 민낯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역사가 상당하지만, 앞으로 여성운동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서 검사 사건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여성운동이 가야 할 길과 여성시민단체의 현황에 대해 조순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근 서지현 검사 사건으로 사회적 파문이 심한데,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의 일원으로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 가난한 시절 여성들은 버스안내원이나 가정부, 구로공단 노동자로 일하면서 가족을 위해 무수히 많은 희생을 감당해온 결과, 오늘날 산업화의 밑거름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지위나 역할은 제자리걸음을 한 채 법이나 제도적 뒷받침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최근까지도 여성계가 여성폭력 철폐와 남녀 임금격차 해소 등 여성계 5대 핵심과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서지현 검사의 사건을 보면서 놀라기도 했지만, 이 사건 역시 여성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정법원 조정위원을 15년 동안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판사들의 일면을 봐왔던 터라,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한 여성검사가 8년 동안 억울함을 참으면서 애까지 유산되는 아픔을 참아왔다는 사실을 듣고 너무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버텨온 서 검사를 안고, 다시는 서 검사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성평등은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국을 거쳐 집권한 정권인 만큼 이러한 폐해를 뿌리 뽑기 위해 우리 같은 시민단체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여성단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며, 이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동안 이러한 일들이 법에 저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의 인권과 권리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고,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정작 여협 쪽에서는 분위기가 조용한 것 같은데요?


지금 현재 각 지역 여성단체와 네티즌을 중심으로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여협에서는 대응이 늦은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단체장이 아닌 부회장인 관계로 여협이 이처럼 중차대한 일에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여협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타이밍을 놓친 사례가 많았는데, 서 검사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이 마치 스스로가 죄인인 듯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자신과 함께 해줄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번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가장 이유 중 하나가 과연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이렇게 침묵해야 할 것인가와 사회 도처에 사회적 약자를 인격적으로 폭력하고 성적으로 짓밟는 갑질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의 발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우리 여협이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좌시하지 말고, 사람 존중하는 세상, 대한민국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을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나와 같은 여성이 힘을 앞세운 권력 앞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가는 모습을 더는 방치하지 말고,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세로 탈바꿈해가지 않는 이상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여협도 다른 누구도 아닌 여성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지적하신 대로 지금이 여성계가 외쳐온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는 있는 여성운동의 타이밍이라고 보는데요?


촛불정국을 지나면서 우리 사회 의식수준이 급격하게 향상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여성계가 외치고 있는 5대 핵심과제들은 허공의 메아리처럼 떠 있을 뿐입니다. 80년대 초반부터 시민사회활동을 해온 저로서는 여성계가 앞으로 스스로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민운동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무적인 판단으로 눈앞에 산적한 여성 현안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적인 논리를 앞세워 자신과의 반대진영과 대립을 세우기보다는 반대진영이라고 해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산적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당장 올해 지방선거를 놓고 보더라도 각 정당의 여성정책을 양성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여성들이 더욱 많이 출마하고 당선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협을 필두로 우리나라 범여성계가 하나로 똘똘 뭉쳐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여협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여협은 협의체이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도 회장 단독으로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조직 내 역할 분담을 통해 대정부행동을 통해 여성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소속단체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단체들이 여협에 소속되어 있어야 할 명분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협조를 하되,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은 반드시 얻어내야 여성운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색채가 있는 여협과 진보적인 문재인 정권이 다르다 해도 정책적 지향점이 같은 문제들은 같이 해결해야 발전이 있는 것이지, 색채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게 되면 다시 제자리걸음만 하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여협은 반드시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여러 단체들이 모인 협의체가 아닌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지위와 위상을 대변해야 하고, 산적한 문제를 풀기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또한, 과거 정치권에 이용당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요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주체로서 힘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2월 22일은 차기 여협 회장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누가 회장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누가 과연 여성계와 여협 앞에 놓여있는 문제를 당당하게 풀어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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